오래전 이야기/Internet

[과학칼럼] '사이버 마약'

리눅스 엔지니어였던 2009. 3. 16. 16:12

인간은 양쪽 귀에 들리는 소리주파수의 근소한 차이를 이용해서 소리가 나는 상하좌우 위치를 인지하게 되는데, 이런 소리현상을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청각특성을 통해 소리를 발생시켜서 뇌파를 안정적으로 자극함으로써 학습능력이나 집중력을 개선하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수면을 유도하고 숙면을 취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반면 사이버 마약의 소리는 바이노럴 비트 음을 이용하여 뇌파를 점차 난해하고 공격적으로 바뀌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전혀 다르다.

소리만으로 환각을 일으킨다는 사이버 마약은 양쪽 귀로 들리는 소리의 차이를 이용해서 뇌파를 나쁘게 자극하는 원리이며, 이 때문에 스피커나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으로 청취하기를 권하고 있다. 이러한 소리를 들었을 때 몇 가지 문제가 유발된다. 먼저 소리세기인 진폭의 강도에 문제가 있는데, 소리가 커야 잘 느끼기 때문에 귀가 울릴 정도로 30분 이상 듣게 되면 소음성 난청이 동시에 유발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음높이에도 문제가 있다. 100㎐ 또는 300㎐ 등의 단순음만 사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리를 5분 이상 들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사고가 단순해지며, 신체적으로는 나태해지면서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난다. 또한 양쪽 귀의 소리주파수 차이와 진폭의 차이를 점차 크게 변동시켜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앰뷸런스의 사이렌소리 효과처럼 소리에서 감정의 변화를 크게 느끼게 된다. 이런 소리를 계속하여 10분 이상 듣게 되면 신경질적이고 폭력성이 나타나면서 소리를 끊어도 한동안 그 소리가 연상되거나 이명 현상으로 남게 되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무섭다. 즉, 사이버 마약의 소리성분은 사람을 아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정신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사이버 마약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할 수 있는데, 정신상태가 양호하거나 건강한 사람은 이러한 소리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그냥 소음정도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셀프-컨트롤이 약하거나 자기 방어능력이 약한 심리적 허약자들은 이러한 소리에 쉽게 빠져들 수도 있다. 

사이버 마약의 소리는 귀를 통해 뇌에 바로 전달되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소리는 청각세포와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하여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연상을 일으켜서 습관성이나 중독성으로 빠져들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자기방어에 익숙하지 않은 유년 및 청소년층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사이버 마약은 자칫 사회를 무기력하고 포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엄벌보다는 사회 질서유지 차원에서 다양한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하며, 유해성을 알리고 다운로드에서 접근이 원천 차단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호기심으로 사이버 마약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에는 소리가 자극적이고 짜증을 유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소리를 무시해야만 한다. 즉, 이 소리가 정신건강에 아주 유해하므로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될 것임을 스스로 경계해야만 한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소리공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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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261802525&code=990320 >